5. 종의 기원
7년의 밤 읽은지 얼마 안되서 나온 정유정 작가님의 새로운 소설.
7년의 밤 내용이 사이코패스 관련이라 좀 섬뜩한 내용도 많고 소름돋는 부분도 많아서 종의 기원을 읽는데 좀 꺼려지긴 했지만 (워낙 무서운 영화, 글, 이야기등을 싫어하는지라..) 7년의 밤이란 책의 흡입력이 엄청났기 때문에 도전했다.
종의 기원은 한유진을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어렸을 적 세례받을 때 갑자기 일어난 발작, 아버지와 형의 죽음, 수영 선수를 꿈꿨지만 약을 끊으면 돌아오는 발작 증세 때문에 그만 둔 한유진. 그러다 어느 날 또 발작이 일어났던 날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 온 방이 피투성이인 체 깨어났다. 그러다 1층에서 어머니의 시체를 발견. 이 때부터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머니와 이모, 해진과 유진으로 이루어진 등장 인물들간의 갈등들,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살인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고 원인이 무엇인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물론 어렸을 때 아버지와 형의 죽음까지도. 모든 사건이 진행되는 중에도 엄청나게 침착한 유진. 정말 양심의 가책 이런것 보다도 어떻게 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갈 것인지 자신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모든 상황을 만들어가는 능력에 소름이 끼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 그리고 점점 자신의 어렸을 적 어머니와 이모 간의 모종의 거래 아닌 거래에 분노하는 유진은 점점 더 잔인해지고 냉혹해진다. 중학교 시절 자신의 형이 된 해진에게는 의지하는 게 있었지만 이 역시도 결국은 자신의 계산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유진의 모습이 보는 내내 소름 돋았을 뿐만 아니라 무서웠다.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 하는 일이다 보니 더 그랬던 듯 싶다. 마지막 결말 역시 정말 소름이....
종의 기원.... 예상했던 대로 정유정 작가의 글은 참... 읽기 힘들다. 재미없어서가 절대 아니라 뭔가 상상되고 실제 일어날 수 있을 그런 얘기들이 펼쳐지니까. 이번에도 400페이지 안팍이지만 읽는게 좀 꺼려져서 5일에 걸려서 읽었다. 대체 이 작가는 이런 악한 감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나... 싶었지만 너무 내용을 잘 쓰니까 읽기 시작하면 안 읽을수도 없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 부분에서 왜 정유정 작가님이 인간의 악에 대해서 쓰는지 나와있었다. 이 부분을 보고 아 왜 이 작가님이 인간의 악한 감정에 대해서 쓰는지. 정말 연구를 많이 하고 쓰시는구나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확실한 건 이 작가님의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멈출 수는 없다.
아래는 정유정 작가님이 왜 악에 대해 쓰는지에 대해 책에서 언급한 부분이다.
이제 내가 왜 인간의 '악'에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 대답할 차례다. 평범한 비둘기라 믿는 우리의 본성 안에도 매의 '어두운 숲'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분신 유진이 미미하나마 어떤 역할을 해주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