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8월의 크리스마스
이 영화는 내가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사랑하는 영화다. 10/23일 cgv에서 마지막으로 재상영한 것을 보러갔다. 정확히 5번째 본다. 재상영하길 간절히 바랬는데 cgv에서 해준다니 너무 고마웠다.
이 영화의 주인공 정원(한석규)은 사진사다. 안타깝게도 정원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중이다. 그런 그에게 주차단속 요원인 다림(심은하)은 정원이 운영중인 사진관으로 사진을 현상하러 온다. 그렇게 몇 번 사진을 현상하고 나니 서로에게 감정이 싹트는데 그 과정들이 너무 순수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30대 초중반의 남자가 이렇게 순박해도 되나 싶다. 정원의 순박한 말투와 다림의 새침데기 같은 말투가 묘하게 두 사람 모두에게 잘 어울렸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인 정원의 끝은 이미 정해진거나 다름없었기에 다림에게 제대로 된 고백조차 하지 못하는게 너무 안타까웠다. 심지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꿈에서 다림의 꿈을 꾸었는지 미소짓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다림을 좋아한다는게 보였다. 하지만 투병사실을 모르는 다림의 입장에서 사진관에 편지도 끼워넣어보지만 열지 않는 사진관을 보며 얼마나 무시당하는 느낌을 들었을지 다림 또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영화가 끝날때까지 다림이 정원의 투병사실을 알게됐을지는 모르겠지만 눈 내린 사진관 앞에 서서 자신의 사진이 걸려있다는 걸 보고 웃는 장면은 인상깊다. 다림의 입장에서 잠수 이별이나 다름없었을 그 상황에서도 정원이 생각나 그 사진관을 찾아갔을텐데 자신의 사진이 걸려있다니. 열불이 터져도 모자랄 판에 웃는 모습은 그만큼 순진하고 순수하지만 깊은 사랑을 했기에 가능하다고 느껴진다.
두 사람과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영화 중간에 할머님이 영정사진을 장면은 마지막 정원이 스스로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는 모습의 복선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나름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할머님의 영정 사진 촬영이 슬프게 다가왔는데 아무래도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보니 슬픈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다. 슬픈 느낌이지만 싫지 않은 느낌이고 오히려 할머니에 대해서 더 생각할 수 있어서 이 영화에서 감명깊게 본 장면 중 하나다.
작중 가장 감명 깊었던건 어떠한 선정적인 요소 없이 서로가 사랑했다는 감정을 마음 깊이 알 수 있다. 이제는 순진하지 않은 나의 입장에서 작중인물들의 순수하고 순진한 사랑을 볼 수 있었기에 좀 더 마음에 남는 영화이지 않나 싶다. 마지막에 정원의 영정 사진으로 끝맺음하는 장면은 최고의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심지어 셔터 소리가 울리기 직전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은 마지막 그의 나레이션과 함께 너무나도 이 영화의 끝으로 잘 어울렸다. 사랑을 간직하고 떠날 수 있었다는 그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는 마지막이었다.
이 영화의 시간은 1998년도로 오래됐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환경들을 보인다. 그 당시 나는 6살이었는데 어렸을 때의 눈으로 바라 본 동네를 생각나게 한다. 주변 비디오 가게, 문구점, 사진관등.. 거기에 색감 역시 요즘 영화에 뒤쳐지지 않는 색감을 보인다. 위에 말한 요소뿐만 아니라 이러한 색감, 환경들이 조화되어 내 마음을 뒤흔든 영화가 아닌가 싶다. 아마 이 영화는 두고두고 10번이든 20번이든 다시 볼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추천한다.
P.S 초원사진관은 군산에 있는 걸로 아는데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이 사진관을 직접 가보는 것이다.
P.S2 저 위의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